[글마당] 슬픈 꽃
새하얀 밤 끊어질 듯 이어질 듯 멈추지 않는 실 울음소리 꽃의 흐느낌 큰 행사 때마다 동행하는 꽃다발 세례 내 지친 몸은 침대에 아픈 꽃은 식탁에 단명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도 슬픈데 활짝 피어보지도 못하고 가장 예쁠 때 꺾인 목이 서러워 슬프고 시들어가는 자신의 처지가 구슬퍼 운다 흙 속에 머리 박고 맨발로 벌과 나비 기다리며 새들과 노래하고 두 팔 벌려 바람 안고 둥실둥실 춤출 때 당신은 눈부시지 근데 알아? 꽃들은 자신의 존재가 보이지 않아도 당신의 기억 속에 남아 시의 나라에 피어날 때 그들의 숨결이 살아날 때 가장 행복하다고 울며 속삭이네! 정명숙 / 시인글마당 꽃다발 세례